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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책이야기] #3.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진심, 긍정, 노력이 내 삶을 배신한다(저자: 김영훈/출판사: 21세기북스)/내가 직장생활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by 호두달걀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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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국내도서
저자 : 김영훈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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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쪽 | 520g | 140*210*20mm

 

이 책은 어쩌다 얻게 되었다. 책에 관한 첫인상으론 자극적인 제목의 심리학 도서인데, 대충 들춰보니 그리 어렵게 쓰여 있지는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당장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이 책은 띄엄띄엄 읽었다. 다 읽기까지 반 년정도 걸린 것 같다.(부끄럽다.) 책의 반절을 넘겨 읽을 때까지도 '대형 출판사에서 되게 그저그런 책을 냈네.'라고 생각했었다. 표적독자층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느 책을 읽더라도 내가 얻어갈 수 있는 인사이트는 있기에 차근히 읽어 내렸다. 예상외로 이 책은 요즘 내 고민에 관한 약간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긍정심리학의 내용을 바로 잡아 준다. 많은 사람들은 긍정심리학을 '그저 모든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긍정심리학과 '낙관론'을 헷갈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긍정심리학은 낙관적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수학 시험에서 고득점을 했는데 그중 두 문제를 찍어 맞힌 거라면 '아주 잘했구나'라고 그저 칭찬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찍어 맞힌 두 문제로 인해 운 좋게 고득점을 한 사실을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틀렸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상이론'에 관해 서술하는데, 그 내용에서 내 고민의 실마리를 얻었다. 저자는 '보상'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보상은 좋아하던 일도 싫어지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미국 역대 훌륭한 농구선수인 빌 러셀(Bill Russell)의 이야기를 빌려 이에 관해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흑인으로서 최초로 농구 감독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인종차별로 인한 고통이 가득했고, 농구만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후로는 그 기쁨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그 이유가 '보상'에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던 일, 자발적으로 하던 일도 보상이 주어지는 순간, 그 사람은 기쁨과 자발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면, '이 일은 보상 때문에 한다. 그러므로 이 일이 싫다'라는 추론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난 아직까지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일을 벌리고 난 뭐든 할 수 있다던 20대 때의 패기는 사라지고, 요즘엔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 아마 어설프게 세상살이를 조금 더 알아버려서 일지도. 겁이 나는 이유는 내 방어기제일 것으로 추측한다. 나는 엄청 예민하고 불안성이 높은 사람이다. 밤에는 방문이 닫혀 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소리가 들린다면 잠에 들지 못한다. 만약 여행이라도 가서 잠자리가 바뀐 날에는 한두 시간이나 자면 다행인 일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면 많은 양의 정보가,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도, 나에게 쏟아져 들어온다. 안타깝게도 내가 원체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그걸 감수하기를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 그럼 감당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내가 괴롭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근무환경도 내 불안성에 영향을 미친다. 아예 막혀있거나, 아예 뻥 뚫려 있는 환경은 나를 어렵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설프게 닭장처럼 꾸려진, 어설프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경은 내 심리적 불안감을 미친 듯이 높인다. 이전 글에서도 근무환경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관해 쓴 적이 있다.(2021/01/28 - [일상 생각] - 위워크 건물에서 또 일하고 싶다(부제: 근무환경에 관한 고찰))

업무도 마찬가지다. 예민한 탓에 일어날만한 상황을 케이스별로 모두 정리하고 대비책을 세워 놓는다. 물론 회사에서 직장 상사들은 이런 꼼꼼함을 보통 좋아한다. 다만 내가 너무 힘들 뿐이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혼자 발견했을 때마다 생각한다. '이거 눈을 감아?'. (아마 이런 예민함이 변화가 많은 스타트업과 같은 환경에서는 유리했다고 본다.) 

 

차근히 내가 안정감을 느끼고 그나마 즐거워했던 일들을 되돌아 보았다. 내가 기획한 것들이 어떤 산출물로 나왔던 그 순간을 늘 좋아했었는데, 특히 시나리오를 짜고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던 그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전 직장에 한정해서). 내 능력이 늘 모자라다는 걸 마주했고, 그건 나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긴 했지만 말이다. 좋다고 생각했던 일에서 찾은 공통점은, 정보가 내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내가 통제할 수 있었다는 거다. 다른 얘긴데, 그래서 나는 영상매체보다 책을 읽는 게 좋은가보다. 쉴 틈 없이 들어오는 이미지, 텍스트, 소리는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튜브도 많이 이용하지 않았다. 반면 가만히 머물러 있는 책을 내가 들여다보면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는 보상이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너무 싫은 것', 그리고 '내적인 동기가 없는 것'을 할 때 보상은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지금껏 나는 일을 할 때 내적인 동기를 반드시 찾았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 하는, 아주 고집스러운 이상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내 노동을 돈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순간, 일은 하기 싫은 게 되어 버린다. 나의 노동과 돈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내적인 동기가 과한 일을 찾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방향이 잘못된 거란 생각이 든다. 적절히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무난한 직장생활을 할 수 것이란 희망(?)이 보인다.

 

어쩌다 얻은 책이고 기대하지 않은 책이지만, 나에게 인사이트를 선물해 주었다. 예상외로 나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조금 기운이 난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 예민한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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