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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블 프로젝트

[매블 Day_13] 독서기록 |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 첫 번째 기록

by 호두달걀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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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읽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작년 10월부터 찔끔찔끔 읽었다.) 이 책은 선물 받았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기존에 하던 일에서 '나의 한계는 너무나도 보이고, 그렇다고 잘하는 건 없는 것 같고, 뭘 할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책을 좋아하니, 출판사에서 일하자!'라는 단순하고도 무식한 의식의 흐름으로 이 책의 출판사에서 면접을 보았더랬다. 신기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나 같은 사람에게 면접의 기회를 주셨다! 출판에 대해 너무나 무식한 나는 '나를 뽑아주세요!'라고 어필하기보다는 내가 궁금했던 걸 다 묻고 오는 자리로 활용했다. 면접관 분들은 친절히 다 답해주셨고, 나에게 '출판학교'를 수료하고 오라는 말씀과 함께 출간한  책 몇 권을 선물로 주셨다. 면접관 분들의 눈빛이 기억난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대졸자 신입을 바라보는 선임의 눈빛이었달까... 그럴 만도 했다. 출판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 무작정 면접엘 갔으니, 대학 졸업한지는 한참 되었어도 신입 같았지 뭐. 그날 면접을 본 후 연희동에 있는 빵집에서 친구를 만났었는데, 우린 그때 함께 '서른이 넘어도 진로 고민을 하다니. 이럴 줄은 몰랐는데.'라는 대화를 나눴더랬다 아마.

 

사실 그 무모한 면접으로 인해 어렴풋이 짐작했다. 출판 일도 나랑 맞는 일은 아닐 거란 것을. 하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기에, 회사 퇴사 시기를 잡고(출판학교를 가려고 퇴사한 건 아니었다.), 퇴사 후 난 출판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희망이고 나발이고 나는 우선 편집자로 일할 깜냥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독서력, 글쓰기, 문장력 등 그 모든 게 부족했다. 동료들과 비교했을 때, 모든 수준이 초등학생 수준 같았달까? 함께 하던 동료들과 어울릴수록, 이야기를 나눌수록 점점 더 느꼈다. 그래도 시도하지 않고 마음속에 품기만 했다면 계속 미련이 남았을 것을, 출판사에서 면접도 봐보고, 직접 출판학교에서 출판과정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보고, 출판학교를 수료하고 나니 그 미련은 마음속에서 훌훌 떠났다. 그리고 출판사에 입사했어도 잘하지 못했을 거란 확신도 들었다. 

 

이 책을 주시면서 대표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 책은 주니어 개발자들을 위한 책이지만, '사회초년생들이 보아도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주니어 개발자들이 가질 법한 고민을 한 가지 제시하고 그 고민에 대한 조언을 내놓는다. 조언은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인데, 난 이 부분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고 싶다. 주니어 레벨의 고민이라 그런지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직장인이라도 묘하게 공감될 만한 고민들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갖고 있던 고민에 어느 정도 해답을 안겨준 책이다. 목욕하던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쳤을 때 이런 감정이었을까? 진로고민을 하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에게 이런 결론을 내게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열네 살 때 당신이 프로그래밍에서 느꼈던 경이로움, 그 느낌을 계속 지니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후략)"

 

대학 입학 후 첫 프로그래밍 수업이 불현듯 떠올랐다. 강의실 구조, 내 옆에 앉았던 학우, 교수님의 말씀, 그때의 분위기가 신기하게도 다 떠올랐다. 이제껏 인생 첫 프로그래밍 수업의 기억을 굳이 떠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때 강의실에 있던 우리들은 삼보컴퓨터 모니터에 C언어로 "Hello, World!"를 출력했고, 서** 교수님께서는 '프로그래밍에 입문하게 된 걸 축하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스윗한 교수님이셨다.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강의란 걸 처음 들어서 그랬는지 그땐 그냥 다 무뚝뚝한 교수님들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정한 분이셨다.

 

아무튼 그때 헬로월드를 출력한 내 반응은

나: ??? 이게 뭐야?

옆 친구: 우리 이제 이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야.

나: (시큰둥) 아 그래? 

 

최초의 프로그래밍 시간에 나는 경이로움이란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경이로움? 그게 대체 무엇이죠?) 감동? 전혀 없었다. 처음 해보는 것, 처음 보는 것이라면 흥미로울 법도 한데, 흥미롭지도 않았다. 난 위의 저 문장을 읽으며, '아...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사람,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사람들은 첫 문장을 출력했을 때 감동을 느꼈구나. 난 전혀 아무런 감정도 감동도 없었는데.' 이 분야는 내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겐 꿈도 목표도 없었으니, 성적에나 맞춰서 어떤 걸 하는지도 모르는 과에 아무 생각 없이 입학하고, 운이 좋아서 잘 맞는 과였으면 좋았으련만 행운은 내 편이 아니었기에 안 맞는 공부를 꾸역꾸역 억지로 열심히도 하였다. 

 

그 이후에도 무수히 방황을 했다. 통계학과, 의류학과, 사회복지학과, 정치외교학과 등 다른 과 강의도 기웃거려보고, 취업강의도 정말 많이 들었다. 서비스아카데미, 비서실무, 무역실무 등 다양한 분야 강의도 들었다. 토익, 토익스피킹, 오픽에 돈도 오질라게 썼다.('오질라게'라는 표현은 사전에 나오진 않던데, 현재 내 맘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이것밖에 없다!) 졸업 후 이력서도 다양한 분야에 넣어봤다. 아직까지도 힘들게 힘들게 일을 하고 있긴 하건만, 딱히 나에게 큰 보람이 느껴진다거나 가치가 있다거나 하진 않다.(급여라도 높으면 모르겠는데, 내가 삽질을 많이 하기도 했고 내 분야의 급여 테이블 자체가 좋지가 않다. 슬프다. 난 언제쯤 돈 모아 보나?)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로 지금의 꿈을 꾸게 되었는데, 그 꿈에 도전하고 준비하기에 격려를 해준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 다른 일을 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로부터 떨어진다고 해도, 엄격한 사고방식과 다량의 데이터 관련 작업을 자동화하는 습관 자체는 당신이 어디를 가게되든지 유용할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의 직장에서도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할 것이다. 내 꿈의 직업을 가졌을 때, 지금 하는 일에서 얻은 습관이 도움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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